고대 로마의 목욕탕 설계사 루시우스가 현대 일본으로 타임슬립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동서양의 목욕 문화 충돌과 교류를 통해 유쾌한 웃음과 지적 재미를 선사하며, 인류 보편적인 '목욕'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로 모두 만들어진 제대로 된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콘텐츠다!
- 2010년 일본 만화대상 1위 작품.
- 2011년 이 만화가 굉장해! 남성편 2위작.
이런 식의 타임슬립 스토리가 좀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독특/기발하고 참신한 작품이 난 참 좋다!!!
작품 키워드
1. 타임슬립 : 기발한 상상력의 발로
테르마이 로마이의 핵심 서사 장치는 '타임슬립[Time Slip]'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타임슬립은 일반적인 장르물과는 궤를 달리한다.
주인공인 고대 로마의 목욕탕(테르마이) 설계사 '루시우스 모데스투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뇌에 빠질 때마다 물속에서 정신을 잃고, 정신을 차리면 현대 일본의 목욕탕, 온천, 심지어 가정집 욕실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은 매우 희극적으로 그려진다.
루시우스는 자신이 마주한 일본인들을 '평안족(平顔族)'이라 부르며, 그들의 발전된 목욕 기술과 문화를 신들의 장난이나 미지의 선진 문명으로 오해한다.
그는 진지한 로마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 '신기한' 문물을 분석하고 감탄하며, 이를 다시 고대 로마로 돌아가 자신의 설계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우유에서 영감을 얻어 로마에 '병 우유'를 도입하고, 샤워기 꼭지를 보고 '누르면 물이 나오는 편리한 장치'를 개발하며, 심지어 비데(워터젯)를 보고 경악하며 이를 로마식으로 재현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타임슬립은 단순히 두 시대를 잇는 장치를 넘어, 작품의 코미디와 주제 의식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루시우스의 진지함과 현대 일본의 평범함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는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웃음을 유발하며, 그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익숙했던 현대 문명을 새롭고 가치 있는 것으로 재인식하게 된다.
* 일본에서 넘쳐나는 무의미하고 건조한 타임슬립 콘텐츠에 비교되는 제대로된 타임슬립의 교본(?)이다~
2. 목욕 문화 : 동서양 문명의 교차점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단연 '목욕 문화'이다.
작가 야마자키 마리(ヤマザキ マリ)는 이탈리아에서의 오랜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고대 로마의 화려하고 사교적인 '테르마이(목욕탕)' 문화와 현대 일본의 정갈하고 개인적인 '온천·목욕탕' 문화를 절묘하게 비교하고 교차시킨다.
고대 로마의 테르마이는 단순히 몸을 씻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정치, 경제, 사교 활동이 이루어지는 복합 문화 공간이었으며, 로마 시민의 자부심이었다.
작품은 이러한 로마의 목욕 문화를 상세하게 묘사하며 역사적 깊이를 더한다.
반면, 루시우스가 도착하는 현대 일본의 목욕 공간은 고도로 기능적이고 위생적이다.
자동 온도 조절, 때수건, 샴푸와 린스, 완벽한 배수 시설 등은 루시우스에게 엄청난 충격과 영감을 준다.
작품은 이 두 문화의 차이점을 통해 문명의 특성을 드러낸다.
웅장함과 사교성을 중시했던 로마와, 효율성과 청결함을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이 '목욕'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선명하게 대비된다.
하지만 동시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며 위안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은 시공을 초월하여 같다는 것을 보여주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3. 문명 충돌과 융합 : 진지해서 더 웃긴 코미디
테르마이 로마이의 웃음은 '문명 충돌'에서 비롯된다.
로마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을 가진 루시우스는 자신이 본 현대 일본의 기술들을 '노예들(?)의 기발한 발상' 정도로 치부하면서도, 그 편리함과 효율성에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의 시선에서 현대의 평범한 욕실 용품들은 경이로운 발명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러한 충돌은 단순한 오해에서 그치지 않고 '융합'으로 나아간다.
루시우스는 일본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로마의 기술력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테르마이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일본의 노천탕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과 어우러지는 테르마이를 설계하고, 폭포수 마사지를 재현하며, 심지어 워터파크의 슬라이드를 본떠 수로 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그는 하드리아누스(Publius Aelius Hadrianus) 황제를 비롯한 로마 권력자들의 신임을 얻으며 최고의 건축가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이 과정은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유쾌하게 증명한다.
서로 다른 두 문명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과정을 통하여, 작품은 문화 교류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루시우스의 진지한 표정과 고뇌, 그리고 그 결과물이 만들어내는 엉뚱한 상황들은 이 작품을 단순한 개그 만화를 넘어 수준 높은 문화 코미디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4. 역사적 고증과 작가의 해학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탄탄한 '역사적 고증'에 기반한 작가의 '해학'이다.
작가는 고대 로마의 건축 양식, 사회상, 인물들의 복식과 생활 습관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같은 실존 인물들의 등장은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진지한 역사적 배경 위에 루시우스의 타임슬립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얹음으로써, 그 간극에서 오는 코믹함이 극대화된다.
만화의 작화 스타일 또한 이러한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루시우스를 비롯한 로마인들은 마치 다비드상처럼 뚜렷하고 진지한 이목구비로 그려지는 반면, 일본인들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평면적인 '평안족'의 모습으로 그려져 시각적인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작화의 차이는 루시우스가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을 독자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이처럼 테르마이 로마이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라는 꽃을 피워낸 작품이다.
독자들은 웃고 즐기는 동안 자연스럽게 고대 로마의 역사와 문화를 학습하게 되는 '에듀테인먼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
테르마이 로마이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첫째, 소재가 매우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목욕'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타임슬립과 결합하여 이토록 유쾌하고 지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은 전무후무하다.
둘째, 웃음의 코드가 보편적이다.
문화적 오해에서 비롯되는 코미디는 국적과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겁게 웃을 수 있다.
셋째, 부담 없이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딱딱한 교과서가 아닌,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통하여 고대 로마와 현대 일본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근저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깔려 있다.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따뜻한 물에서 위안을 찾는 인간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이는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맺음말
테르마이 로마이는 단순한 개그 만화를 넘어, 역사, 문화,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유쾌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고증, 그리고 시종일관 터져 나오는 웃음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만족감과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마치 잘 만들어진 테르마이에서 피로를 풀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것처럼, 이 작품은 우리의 지친 일상에 따뜻하고 유쾌한 휴식을 제공할 것이다.
고대 로마인의 눈을 통하여 현대 문명을 탐험하는 이 기상천외한 목욕 오디세이~
시공을 초월하는 웃음과 감동을 느껴보길 강력히 추천해 본다.
* 목욕탕 문화가 사라지고 개인화된 요즘 ~ 옛날 목욕 후 마시던 삼각 우유가 생각나는군~
<관련 정보>
종류 :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영화
연재 : 2008년 2월호 ~ / 애니 : 2012년 (넷플릭스 : 2022년) / 영화 : 2012년
작가 : 야마자키 마리(ヤマザキ マリ)
- 나무위키 : https://namu.wiki/w/테르마이%20로마이
- 위키피디아 : https://ko.wikipedia.org/wiki/테르마이_로마이
<영상 볼 수 있는 곳>
- 쿠팡 플레이(영화) : https://www.coupangplay.com/content/6e54bc81-7914-41f4-9517-70ec441a03b8
- 티빙(영화) : https://www.tving.com/contents/M000377797
- 넷플릭스(신애니) : https://www.netflix.com/kr/title/8126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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