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The Glory) - 김은숙 작가, 송혜교 주연의 문제작!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의 가치를 묻는 강렬한 작품이다.
이런 스토리는 보기 힘들어해서 계속 보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보게 되었다.
역시 힘들다... 그리고 송혜교, 김은숙 두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어 더 힘들었다...
학교폭력 - 인간 존엄성의 파괴
'더 글로리'의 핵심은 '학교 폭력'이라는 묵직한 화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파괴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다.
뜨거운 고데기로 온몸에 화상을 입히는 잔혹한 폭력은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꿈, 미래, 인간관계,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신뢰까지 모두 앗아간다.
작품은 학교라는 공간이 가해자들에게는 권력과 유희의 장소이지만, 피해자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 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왜 맞았을까가 아니라, 뭘 잘못했을까를 생각하게 돼"라는 동은의 독백은 피해자가 겪는 자기 파괴적인 심리 상태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성장하고, 교사와 부모, 심지어 경찰까지 이 폭력을 방관하거나 묵인한다.
이처럼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총체적으로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어떻게 그 비극을 키우는지를 고발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치밀한 복수극 - 김은숙 작가의 파격 변신
'파리의 연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로 알려진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를 통하여 파격적인 장르적 변신을 선보인다.
그녀의 필력은 복수라는 차가운 소재와 만나 시너지를 폭발시킨다.
문동은의 복수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표출이 아니다.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치 바둑을 두듯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극도로 치밀하게 설계된다.
드라마는 문동은(송혜교 분)이 가해자 집단의 리더인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복수의 과정을 더욱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게 만든다.
동은은 가해자들 각자의 욕망과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그들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문동은의 계획이 한 단계씩 성공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복수를 위해 자신의 삶 전체를 저당 잡힌 그녀의 모습에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김은숙 작가는 복잡하게 얽힌 인물 관계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를 통해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며, '역시 김은숙'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내었다.
송혜교의 재발견 ~ 인생 연기를 펼친 배우들
'더 글로리'의 성공은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타이틀 롤을 맡은 송혜교의 연기 변신은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그동안 멜로드라마의 여왕으로 불렸던 그녀는 화려함과 사랑스러움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웃음과 감정을 잃어버린 채 복수라는 목표만을 향해 걸어가는 문동은 그 자체가 되었다.
공허한 눈빛,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상처로 얼룩진 삶의 무게를 담담하게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며 '송혜교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악역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의 연기 또한 압도적이다.
그녀는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해맑은 얼굴 뒤에 숨겨진 잔혹함과 비열함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문동은의 복수를 돕는 '칼춤 추는 망나니' 주여정(이도현 분),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자 동은의 조력자가 되는 강현남(염혜란 분), 그리고 박연진과 함께 폭력을 저질렀던 다른 가해자들(박성훈,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까지,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 연기를 펼치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 개인적으론 하도영(정성일 분)의 도도함과 자존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상징과 미장센 ~ 드라마의 깊이를 더하다
'더 글로리'는 다양한 상징과 시각적 장치(미장센)를 통하여 드라마의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상징은 '바둑'이다.
침묵 속에서 오직 수 싸움으로 집을 짓고 상대의 집을 부수는 바둑은, 오랜 시간 공들여 상대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문동은의 복수 방식과 완벽하게 닮아있다.
또한, 박연진이 집착하는 '초록색 구두'는 그녀의 죄와 욕망을 상징하는 동시에, 적록색약인 전재준(박성훈 분)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박연진의 이름과 연관된 '나팔꽃'은 아름다운 모습 뒤에 '악마의 나팔'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초라는 점에서 그녀의 이중성을 상징한다.
드라마 전체를 지배하는 차갑고 어두운 톤의 영상미와 건조한 배경 음악 역시, 주인공이 느끼는 절망과 복수의 냉혹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시청자들이 작품에 더욱 깊이 몰입하도록 돕는다.
추천 이유
아직 '더 글로리'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 이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르적 쾌감과 서사의 힘이 압도적이다.
복수극이라는 장르가 주는 짜릿함과 김은숙 작가의 치밀한 스토리텔링이 결합되어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단순한 자극을 넘어, 잘 짜인 서사가 주는 지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둘째,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복수는 과연 구원이 될 수 있는가?',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문동은의 복수를 응원하면서도, 그녀를 돕는 조력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진정한 회복은 복수의 완성이 아닌, 파괴된 존엄성을 되찾고 상처를 보듬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다.
주연 배우 송혜교의 파격적인 변신은 물론,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배우들의 열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이다.
특히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맺음말
'더 글로리(The Glory)'는 제목 그대로, 폭력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한 인간이 자신의 '영광'과 존엄을 되찾기 위한 처절한 투쟁기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게 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잔혹하지만 아름답고, 차갑지만 뜨거운 이 이야기는 단순한 드라마 한 편을 넘어, 오랫동안 곱씹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문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직 이 여정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문동은의 복수에 기꺼이 연대해보길 바란다.
<관련 정보>
종류 : 한국 드라마 / 넷플릭스 시리즈
방송 : 파트 1 : 2022년 12월 30일 파트 2 : 2023년 3월 10일
연출 : 안길호
작가 : 김은숙
출연 :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 공식 홈 : https://www.netflix.com/kr/title/81519223
- 나무위키 : https://namu.wiki/w/더%20글로리
- 위키피디아 : https://ko.wikipedia.org/wiki/더_글로리
<영상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 https://www.netflix.com/kr/title/8151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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